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하면, 하얀 접시에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나 샌드위치가 담겨 있는 장면을 쉽게 떠올리는데, 수필을 읽다 보면 그가 의외로 깔끔한 일본의 맛에 집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이 품고 있는 이미지와는 달리, 하루키의 혀는 <노르웨이의 숲>에서 미도리가 만든 계란말이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1권에서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식미학을 엿보았다면, 2권에서는 '인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음식에 대한 까탈스러움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그 까탈스러움이 어떤 것인지, 직접 부엌에 서서 탐구해보자. 하루키의 글을 읽을 때마다 먹고 싶었던 그 요리들을 하나씩 만들어 먹다 보면, 글 속의 공간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하루키와 식탁에 마주 앉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쉽고 간단한 요리들을 맛있게 먹고나면, 하루키가 다시 읽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다시 펼쳐 본 하루키는 예전과는 다를 것이다.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읽고 술집으로 달려가 맥주를 사거나, <태엽감는 새 연대기>를 읽고 스파게티가 먹고 싶어졌다는 독자들은 부지기수. 그런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한 손에 들고 요리를 만들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오카모토 노부카츠 씨가 만든 모임이다. 요리 연구가, 편집바,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 디지이너, 심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이 모임의 목적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먹거리를 레시피로 만드는 것. 오카모토 씨는 연구를 위해 아파트 베란다에서 풍로에 불을 피우다가 엄한 경고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난관에 아랑곳하지 않고 연구에 몰두하여 이책을 완성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