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너무나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어떤 여자가 저토록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단 말인가. 그런데 여자가 아니다. 아까 본 눈 먼 소년이다. 소년의 노래는,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저 멀리 깃들어가는 황혼을 바라보며 부르는 소년의 노래는 너무나 청아하고 맑고 아름답고 애잔하여 숨죽여 서 있는 내 눈에서 그만 눈물이 흘러내리고 말았다. 나는 이 세상에서 태어나 이토록 아름다운 노래를 들은 적이 없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천상의 소리였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황홀한 노래였고,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였다. 황혼빛 하늘과 황금색 들녘과 사람들의 마음은 그대로 노랫소리에 젖어 움직일 줄 모르고, 가늘게 흐르던 실바람도 멎은 듯했다.
박재동
나는 52년 울산에서 태어나서 물장구치고 소 먹이고 학교 다니다가 열살 때 부산으로 옮겼다. 그곳에서 초ㆍ중ㆍ고등학교에 졸업했다. 어릴 때부터 미술을 잘해서 주위의 칭찬과 기대를 많이 모았다.1968년 부터 <한겨레신문>에서 시사만화 '한겨레그림판'을 그렸다. 8년 동안, 그런데 어느 순간 애니메이션이 너무너무 하고 싶어 그곳을 떠났는데, 지금까지 개기고 있다. 덕분에 나와 같이 애니메이션을 하려고 함류한 동료들이 꾸준히 고생하고 있다. 지금 장편 애니메이션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란 오레 오래 걸리는 게 당연하다고 자위하며 나를 채찍질하고 있다. 그리고 내 이런 생각을 젊은 친구들과 나누고 싶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1. 유적이 말을 걸다
2. 천 년 굴이 들려준 이야기
3. 모래 위에 지은 고성
4. 초원의 달빛 노래
5. 천학의 호수 가는 길
과거로 가는 길목 (75 P)
난주(蘭州, 란저우) 공항은 서안과 달리 공기가 맑았다. 오랜만에 마시는 맑은 공기에 감사하며 우리는 난주 시내로 들어갔다. 아, 살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풍광이 다르다. 북경이나 서안처럼 도시가 아닌 시골. 좌우에 가로수는 단풍을 머금고 열 지어 있는 사이로 버스가 달렸다.
'여기가 과거로 가는 길목인가?'
과거로 가는 길목이라..음, 내가 괜찮은 말을 했군, 한데 나중에 장 감독이
"우리 여정이, 아니 실크로드가 우리의 과거인가 미래인가"
라는 말을했는데, 정말 적절하고 멋진 말이었다. 저 말을 내가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샘 많은 나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난주 공항에서 난주 시내로 가는 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붉은 산, 아닌 붉은 흙더미라고 불려야 좋을 산들이 좌우로 둘러쳐 있고, 그 사이로 끝없이 길이 나 있었다.
"오 피디! 찍어!"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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