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래 1943년 전남 승주군 선암사에서 태어났다. 광주 서중학교, 서울 보성고등학교를 거쳐 동국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1970년 "현대문학'에 발표한 "누명'으로 등단하였다. 1989년 열 권으로 완각된 대하소설 <태백산맥>으로 한국 현대 문학의 대표적 작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였다.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동국문학상, 소설문학작품상, 단재문학상, 성옥문학사, 노신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단편집 <어떤 전설>,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황토>, <한, 그 그늘의 자리>, <빅토의 혼>, 중편집<유형의 땅>, 장편소설<불놀이> 등의 작품을 발표했으며 이러한 조정래 전반기 문학은 <조정래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11. 어둠 저편의 새벽
12. 하루살이
13. 떠도는 구름
14. 두 개의 덫
15. 혼약과 훼방꾼
16. 멀고 추운 땅
17. 음지의 길
18. 두 조각 난 배
19. 일본제 고무신
20. 책바람 서당바람
21. 만주벌에 뜨는 샛별들
22. 난데없는 지주들
23. 민심의 노래
24. 수전민족의 기질
신세호는 느리게 눈길을 거두어 사내를 쳐다보았다. 부드러운 듯한 얼굴생김에 비해 여전히 날카로운 사내의 눈초리가 신세호를 노리고 있었다. 「겉보기로넌 서당 훈장일얼 하는 칙험스로 속으로 넌 송수익이허고 내통얼 헌 것 아니냐 그 말이오.」 「허! 그리라도 됐으면 송수익이 앞에 내 면목이 얼매나 섰겄소. 허나 이 못난 위인언 송수익이가 거병얼 제안했을 적에 뒤로 주저물러앉은 몸이오.」 신세호의 얼굴에는 자조적인 웃음이 스쳐갔다. 「아니, 송수익이가 같이 의병으로 나스자고 혔는디 마다고혔다는 말이오?」 「그리됐소.」 「글먼 말이 앞뒤가 안 맞덜 않소. 그리 뜻이 안 맞는 사람덜찌리 자석덜 혼약얼 헌다는 것이!」 사내가 쏜 화살은 신세호의 심장을 향해 날아갔다. 신세호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슴이 뜨끔한 것을 느꼈다. 그리고 사내가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 p. 14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