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번쯤은 읽었을 법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과학적으로 재해석 하고 있다. 저자는 대중에게는 난해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는 과학이라는 학문을 우리 생활속으로 끌어 들이고 있다.
저자 - 이정모 -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생화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고 독일 본대학교 화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하면서 '곤충과 식물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저서로는 <달력과 권력>, <해리포터 사이언스>, <바이블 사이언스>가 있고 <놀라운 우리 몸 이야기>, <소중한 우리 몸 이야기>, <색깔들의 숨은 이야기>등의 어린이 책을 번역하였으며, 현재는 과학과 관련한 저술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달력과 권력>은 2001년 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우수과학도서상을 수여받았다.
제1장 카오스와 가이아
제2장 우라노스와 크로노스
제3장 올림포스 시대를 연 티타노마키아
제4장 제우스, 신들의 왕이 되다
제5장 프로메테우스와 판도라의 단지
제6장 페르세우스, 죽음과 이미지
제7장 파에톤과 길 잃은 태양마차
제8장 헤라클레스의 열두 가지 모험
제9장 미노스와 테세우스
제10장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인간과 신 사이에 분배를 둘러 싼 불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올림포스의 신들은 티탄족을 물리친 후 자기들끼리 공평하게 권력을 나누었으므로 별다른 불만이 없었지만, 문제는 인간과 신 사이의 분배였다. 그러나 여전히 인간은 너무나 무력한 존재여서 그들에게 폭력을 사용하거나 그들과 타협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인가에게 아무 것도 나누어 주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제우스는 인간을 적절하게 관리할 인물을 선택한다. 그가 바로 프로메테우스였다. 사람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는 신과의 분배에서 인간들이 너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인간들은 신전을 짓고 황소를 잡아서 신들에게 바쳤다. 그런데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를 먹고 마셔서 더 이상의 영양이 필요하지 않은 신들이 맛좋고 영양 많은 소고기를 갖는 게 불만이었던 것이다. 어느날 프로메테우스는 인간들에게 황소에서 살코기를 저며내고 뼈와 내장 그리고 지방 덩어리는 따로 모으게 하였다. 살코기와 간은 가죽 주머니에 넣은 후 다시 흉물스런 위장 속에 담고, 뼈와 내장은 하얀 지방으로 보기 좋게 감싼 다음, 제우스를 초대하였다. -p. 113-
<< 과학으로 본 영웅과 신의 세계 >> [세계일보 / 박종현 기자]
과학기술 문명이 역사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오늘날에도 과거의 경험들은 인류의 문화와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간적 배경과 시간을 달리하지만 서양의 그리스·로마 신화와 동양의 삼국지는 그 시대는 물론 오늘날의 동·서양 문화에도 폭넓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끝없는 상상력으로 완벽한 서사 구조를 갖춘 그리스·로마 신화 와 신출귀몰함을 바탕으로 무한한 괴력을 쓰곤 했던 영웅호걸들의 이야기인 삼국지에서 동·서양을 잇는 문화적 공통점을 찾을 수는 없을까. 삼국지와 신화, 그 속에서는 오늘날 물질문명 발달의 견인차였던 과학, 혹은 과학적인 논리를 발견할 수 있다. 삼국지와 신화, 과학은 인간의 꿈과 문화를 양분 삼아 훌륭하게 자라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미 국내에서 출간된 ‘해리포터 사이언스’와 ‘바이블 사이언스’를 통해 마법의 세계를 과학의 눈으로 해석하고, 역사적인 사실인 성서를 과학의 시각으로 추적해 낸 데 성공한 과학 저술가 이정모 등이 대상을 바꿔 이번에는 그리스·로마 신화 와 삼국지를 과학의 눈으로 들여다봤다. 동시에 나온 두 권의 책은 문화와 과학의 거리를 좁혀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려는 목적에서 출간됐다.
먼저 ‘삼국지 사이언스’(김태호 이정모 지음)는 영웅호걸들의 활약상과 민중의 삶에서 재미와 교훈의 주제어를 찾았던 삼국지에 숨겨진 과학과 그 과학 속에 숨겨진 문화를 풀어낸다. 예를 들면 삼국지에서 위·촉·오 삼국 쟁패가 본격화되기 전인 후한 시대 말기에 있었던 수탉 출연 이야기가 그 중 하나다. 당시는 나라가 어지러워 변괴가 잦았다. 천둥번개가 치고 지진과 해일이 일어나 수많은 민초의 삶을 앗아갔다. 열두 번째 황제인 영제가 보위에 올랐을 때에는 급기야 암탉이 수탉으로 변했다는 소문이 낙양에 파다했다.
오늘날 트랜스젠더로 표현되는 성전환이 그 시대에도 가능했다는 말인가. 물론 일부 생물 중에는 성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어류 중 앵무고기는 알에서 깨어날 때는 모두 암컷이지만 자라면서 일부가 수컷으로 바뀐다. 말미잘 속에 사는 흰동가리는 번식용 암컷이 죽으면 번식용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하고 가장 큰 새끼가 번식용 수컷이 된다.
그런데 새끼도 아닌 다 자란 동물인 닭의 성(性)이 바뀌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지은이들은 성전환의 의미와 사례를 설명하면서 당시 소문의 진위를 풀이한다. 고등동물인 닭의 성이 바뀌는 경우는 없으며, 이는 결국 인간에 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암탉이 수탉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남자가 아닌 자들이 남자의 자리를 차지했다는 뜻으로, 암탉의 속뜻은 바로 국정을 좌지우지한 내시 세력을 빗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책은 이처럼 닭의 성전환, 적벽대전, 칠종칠금 등 주요 사건 12개를 삼국지에서 뽑아 당시의 사회 문화적 텃밭을 분석해 과학의 근거와 배경을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삼국지를 통해서 유비의 인(仁), 관우와 장비의 의(義), 조자룡과 제갈량의 충(忠)을 배우면서도, 하늘의 별을 보고 지상의 일을 꿰뚫어보는 현상을 과학적인 논리로 이해하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이정모 지음)는 신화라는 문화적 틀 속에서 읽어낸 과학 읽기다. 지은이는 제우스와 프로메테우스 등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에서 우주의 기원 카오스와 빅뱅이론, 자연의 대칭성과 시간의 개념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제시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의 특정 분야에서는 첨단 현대학문으로도 과학적 논리를 담보하지 못할 정도로 과학적 상상력과 현실적 수준은 높았다. 상상 속에 숨쉬는 신화를 현대인들이 납득할 만한 과학적 논리로 풀어내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신화에 나오는 발명왕 다이달로스의 경우만 하더라도 자동으로 움직이는 인형(로봇)을 비롯해 적은 수로 수많은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성벽과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미궁을 만들었다. 크레타의 궁전이 발굴되면서 다이달로스의 미궁도 실제로 존재했다는 것이 증명됐다. 이는 신화가 단순한 상상력과 공상으로만 구성된 게 아니라, 당시의 과학과 문화가 반영된 인간의 삶을 담은 것으로 설명된다. 신화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소양은 다름 아닌 과학적인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하는 셈이다.
책 속에 담긴 다양한 사례와 이를 통한 분석은 생활 속에서 과학을 풀어내려는 지은이들의 내공의 깊이를 짐작케 한다. 체계적인 과학적 설명이 쉽지만은 않지만, 줄거리를 가지고 있는 삼국지와 신화를 통해 과학적 상식으로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게 두 책의 장점이다.
<< [인터뷰] ＂고전속 과학, 쉬워야 읽히죠＂ >> [한겨레신문 / 구본준 기자]
예정된 변신이었을까, 아니면 전화위복의 결과였을까. 요즘 왕성하게 활동중인 과학저술가 이정모(40)씨가 ‘과학자’에서 ‘출판인’으로 변신하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교수님’ 탓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씨 스스로의 취향에서 비롯된 결과이기도 했다. 독일에서 생태유기학을 전공하던 이씨의 유학생활은 박사학위 지도교수가 대학을 옮기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갑자기 ‘꼬이기’ 시작했다. 규정상 교수를 따라가야 학위를 받을 수 있는데다 새 대학에서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재수없는’ 상황이 그에게 닥친 것이다.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다시 2년을 버텨 학위를 딸 것인가, 아니면 출판계에 뛰어들 것인가.
2002년, 이씨는 학자의 길을 접고 귀국했다. 그리고 ‘과학저술가’란 새로운 세계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가 전공과 이력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출판을 고른 데에는 근거가 있었다. 지난 2000년 우연히 펴낸 책 <달력과 권력>이 1만부 가까이 팔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실험실보다도 도서관을 좋아하는 취향도 한몫을 했다. 주변에서는 “돌았다”고 했다. 생태유기학이란 분야가 꼭 교수가 안되더라도 전망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나이 서른 여덟에 갑자기 ‘전업작가’라니.
“처음에는 과학서 분야에 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나 있을까 불안감이 컸습니다. 그런데 막상 뛰어들고 보니 텅 비어 있는 거예요. 그냥 들어오면 되는 거였죠. 그만큼 출판시장 중에서도 척박한 분야인 셈이지만, 대신 그런 만큼 뒤늦게 뛰어든 제가 도전해볼만한 분야라고 스스로 격려했습니다.“
첫 작품은 <해리포터 사이언스>(2002)였다. 대중적인 청소년 문학작품을 통해 과학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었다. 이 책이 6만부 가량 팔리면서 과학책으로는 ‘대박’을 터뜨렸다. 함께 펴낸 <바이블 사이언스> 역시 1만부 가까이 팔렸다. 이후 과학서 번역작업과 함께 독일 출판계 소식을 소개하는 일도 맡으면서 이씨는 완전한 ‘출판계 사람’으로 뿌리를 내렸다.
최근 이씨는 한꺼번에 두 권의 책을 펴냈다. 김태호씨와 함게 쓴 <삼국지 사이언스>(휘슬러 펴냄·1만2800원)와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다. 전작처럼 고전과 과학을 이어주는 청소년용 책들이다. 삼국지에서 제후연합군들이 동탁군을 무찌르지 못한 것은 북방 유목지대 출신인 동탁군 기마부대가 등자(발걸이)를 개발해 기마자세에서 안정감을 지닐 수 있었던 강점 때문이었다는 설명을 듣다보면 ‘무게중심’의 원리를 알게 된다. 제갈공명의 ‘팔진도’ 진법에서는 착시현상과 배흘림기둥의 원리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추락에서는 베르누이의 원리가 튀어나온다.
이씨의 꿈은 더 어린 학생들이 더욱 쉽게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을 쓰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많은데 손이 모자라 책을 못 쓴다고 할 정도로 의욕적이다. “따져보면 ‘우리 과학책’이 사실 없잖아요. 지금 나와있는 과학책들이 대부분이 외국 것이니까요. 진짜 좋은 과학책을 펴내 이 분야에서 제가 괜찮은 ‘역할 모델’이 되어보겠다는 욕심도 생깁니다.”
<< 삼국지 사이언스 ·그리스 로마신화 사이언스 >> [동아일보 / 권재현 기자]
삼국지는 동양 최대의 베스트셀러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서구문명 입문을 위한 필독서다. 이 책들은 동양적 세계관과 서양적 신화관을 대표하는 양 고전을 디딤돌로 삼아 고전 속에 녹아 있는 과학적 논쟁거리를 뽑아내 흥미롭게 풀어냈다. 9척 장신인 관우의 키와 그의 무기인 82근짜리 청룡언월도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를 보자. 한나라 때는 1척이 22.5cm였다. 따라서 8척인 장비의 키는 180cm이고 관우는 2m를 조금 넘는다. 언월도의 무게도 당시 1근이 200g 정도였기 때문에 16.4kg라고 한다. 이를 ‘젓가락처럼 돌린’ 관우의 힘은 좀 복잡한 수학공식에 따라 3.6마력에 이른다. 1마력은 1초 동안에 75kg의 물체를 1m 높이로 들어올리는 힘이다. 오늘날 보통사람의 힘이 0.5마력이라 하니 관우의 힘은 그 일곱 배인 셈이다.
당시만 해도 전쟁은 마차 중심이었고, 말을 탈 때 발을 고정시켜 주는 등자도 개발되기 전이었다. 유목민 출신으로 등자 없이 자유자재로 말을 탈 수 있었던 기병 중심의 동탁과 여포군이 연전연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삼국지에 국한되지 않고 주제에 따라 동서와 고금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데 있다. ‘황건적의 난’과 관련해 ‘수탉이 암탉으로 바뀌었다’는 괴변이 과연 가능할까. 황당무계한 소리라고 치부할 법하지만 뜻밖에도 이 책은 자연계에서 암수 전환이 가능한 생물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올해 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수상한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인 물고기 흰동가리를 예로 든다. 흰동가리는 암컷이 죽으면 수컷이 암컷으로 성전환을 하고 가장 큰 새끼가 번식용 수컷으로 승진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니모를 찾아서’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 ‘니모’에 대한 아비 ‘말린’의 집착은 부성애일까 모성애일까, 아니면 이성애일까.
이 책은 물리학, 천문학, 암호학, 마취학, 제논의 패러독스 등 서양과학뿐 아니라 음양오행설, 골상학, 축지법 등 동양적 과학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 사이언스’는 신화가 구성한 세계를 좀 더 체계적인 과학언어로 재구성한다. 우주와 지구의 기원에 대한 신화에서 카오스이론과 가이아이론을 끄집어낸다. 제우스가 이끄는 올림포스 신들과 크로노스가 이끄는 티탄족간의 전쟁에서는 구토를 막는 ‘혈관 뇌 장벽’과 중추피로를 일으키는 세레토닌 등 생리학 지식이 소개된다. 프로메테우스 신화에선 영생(제우스)을 향한 인간의 도전으로서 줄기세포를, 페르세우스의 날개 달린 샌들에서 텔레포테이션(순간이동)을, 이카로스의 비행에서 지면 가까이 날수록 양력이 높아진다는 지면효과가 설명된다.
TV시리즈물 ‘X파일’은 합리성의 신봉자인 스컬리보다는 신비현상을 믿는 멀더의 편에 서 있다. 그러나 과장된 역사와 상징적 신화마저 과학의 언어로 풀어내는 두 권의 책을 읽다 보면 미래의 인간은 멀더보다는 스컬리의 편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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