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는 인류사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 가운데 한 명이다. 그의 일생이 다채로운 사건으로 충만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의 저술을 이해하는 작업도 쉬운 일은 아니다. 때마침 이 위대한 철학자의 사후 200주기에 맞추어 이 기념비적인 저작이 출간되었다. 독단적이지 않으면서도 비판적 철학에 헌신했던 한 사상가의 매력적인 전체 모습을 이 책은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은이 ㅣ 만프레트 가이어 1943년에 트로파우에서 태어났다. 1973년에 촘스키의 언어론과 미국 언어학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수년간 하노버 대학에서 언어학과 문학을 강의했다. 그는 현재 함부르크에 살고 있으며, <비엔나 학파><철학자의 언어유희><냉담한 자의 행복>등을 출판했다.
제1장 나는 내 인생의 행로를 이미 정해두었다
제2장 내 머리 위에 별이 반짝이는 하늘
제3장 영혼을 본 자가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제4장 오직 비판의 길만이 열려 있다
제5장 네 자신의 오성을 너 스스로 사용하는 용기를 가져라!
제6장 내 안의 도덕법칙
제7장 죽음의 후보자
그는 이미 1734년에 자신의 성운 이론을 세웠으며, 행성과 위성의 형성에 대한 우주 진화론적 생각엘 몰두하기도 했다. 마찬가지로 뇌 활동의 생리학적 탐구에도 몰두했다. 여기서 그는 정신 작용을 자신의 기계론적 세계상에 융합할 수 있도록, 우선 정신 작용에 대한 물질주의에서 출발했다. 40년대 초에 그의 학문적 명성을 절정에 다다랐다. 그는 자신의 대작 <영혼의 왕국>을 완성하고, 뇌에 대한 주목할 만한 논문인 <뇌에 대하여>를 썼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이 학문적 작업에 직면하여 극도의 위기에 빠지는데, 그는 두 측면에서 위협을 느꼈다. 한편으로 그는 특히 영과 육의 문제가 과학적으로 훈련된 자신의 지력을 능가할까봐 겁을 냈다. 그는 영적인 사건들을 자연화하는 데 실패했다. -p. 171-
<< 칸트는 60세가 넘어 대작을 썼다 >> [조선일보 / 이한우 기자]
칸트에 관한 평전을 쓰기 어려운 이유는 분명하다. 극히 단조로웠던 외적인 삶과 너무나도 복잡다단한 내면 세계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에 관한 책을 쓸 때 흔히 제목으로 사용되는 ‘생애와 사상’을 적절하게 얽는 일이 칸트의 경우에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올해로 사망 20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칸트 재조명 행사나 책 출간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가이어의 이 책은 철학계의 오랜 숙원을 거의 해결하고 있다. 칸트철학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방대한 자료조사로 외면과 내면의 간격을 상당히 좁혀놓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막힌 것처럼 보였던 칸트철학을 향한 입구도 훨씬 넓어졌으며 개괄적이나마 그의 사상 전체를 조망할 수 있게 되었다. 60세를 넘어서야 대작을 쓰기 시작했고 노년에 이를수록 계몽, 세계평화, 혁명 등에 관심을 쏟으며 자유의 사상을 개척해간 칸트의 진면목에 접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다.
칸트의 유언은 유명하다. Es ist gut. “이제 됐다” 정도의 뜻이다. 그것은 어쩌면 자기 삶에 대한 만족을 넘어 앞으로 인류를 위해 자신이 열어 밝히고 싶었던 근대적 사유의 지평이 충분히 완성되었음을 뜻한 것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우리가 충분히 그를 수용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 '칸트철학'의 탄생과정 상세히 추적 >> [한국일보 / 김범수 기자]
독일의 대철학자 칸트가 서거한지 올해로 200년(기일 2월 12일)이다. 오랜 개인교사 시절을 거쳐 대학강단에 선 그는 만년에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 인 3대 비판서로 근세 서양철학사에 또렷한 족적을 남겼다. 칼 포퍼 등 철학자와 예술가의 전기 몇 권을 쓴 언어학자인 저자는 이 평전에서 칸트 사상의 궤적을 좇는데 중점을 뒀다. 칸트 200주기를 앞두고 지난해 독일 로볼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칸트는 자신이 살던 사방 100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으며, 어김없이 매일 같은 시간에 산보를 나갔던, 어찌보면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이 칸트의 삶의 고비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지 않은 것은 칸트 철학의 발전과정에 무게중심을 두고 쓴 탓도 있지만, 칸트의 인생 자체가 파란만장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평전은 칸트의 철학이 어떤 배경을 거쳐 형성되는지 자세히 보여준다. 고향 쾨니히스베르크의 대학교수가 되고 10년 만에 완성한 ‘순수이성비판’은 전유럽에 일대 지진을 일으켰지만, 어느 정도 타력의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다. 칸트는 윤리학 교수를 필생의 업으로 삼았지만, 국왕의 칙령에 따라 차선으로 고려하던 논리학ㆍ형이상학 교수가 됐기 때문이다.
칸트의 초기 사상은 뉴턴의 자연과학에 큰 영향을 받았으며, 영혼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시령자(視靈者) 스베덴보리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그가 노년에 프랑스 혁명에 열광한 것은 일생 추구한 자유정신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했다. 책의 상당 부분은 역시 걸작들이 발표된 말년의 삶과 철학에 초점을 두고 있다. 칸트 철학 입문서나 흥미진진한 위인의 전기로 읽기는 모자라지만 칸트의 사상이 자유, 비판 등을 키워드로 삼아 형성되는 과정을 알 수 있다.
<< 칸트의 사유, 그 행보를 좇다 >> [한겨레신문 / 고명섭 기자]
1804년 2월12일 밤, 임종의 침상에 누운 사내가 목이 마르다고 했다. 옆에 서 있던 이가 포도주와 물을 섞어 기력이 완전히 쇠진한 노인의 목을 축여주었다. 기운이 조금 돌았던 걸까 노인은 나직한 목소리로 “그것으로 좋다”(Es ist gut)고 속삭였다. 그리고 그대로 이 여든 살의 노인은 영면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을 두고 남겨진 사람들의 해석이 분분했다. 단 음료수 맛이 좋다는 뜻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이 살아온 삶이 만족스러웠다는 뜻이었을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은 후자의 뜻으로 해석하고 싶어했다.
이 임종의 주인공이 근대 서구철학의 최고봉으로 추앙받는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다. 그의 200주기를 앞두고 지난해 독일에서 출간된 〈칸트 평전〉이 우리말로 옮겨져 나왔다. 칸트는 오늘날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대결해야 할 인물이다.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을 비롯한 그의 철학적 저작은 후대에 끼친 영향이 너무나 커서 거의 모든 철학적 저작이 이 3대 비판서를 포함한 칸트 철학을 회피해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철학에 혁명을 몰고온 이 저작들의 지은이는 무척이나 단조롭고 예측 가능한 삶을 살다 갔다.
요컨대, 이 희대의 철학자는 ‘전기’의 주인공이 되기에는 부적절해 보인다. 생활인으로서 칸트에게는 사건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 평생 고향 쾨니히스베르크를 떠나지 않았고, 14년 동안의 무보수 대학 강사 시절을 거친 뒤 46살에 쾨니히스베르크대학 교수가 돼 줄곧 공부만 하며 살았다. 규칙적인 자기반복적 생활은 칸트 철학을 모르는 사람도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었다. 철학이 그의 애인이었다.
〈칸트 평전〉은 생활인 칸트가 아닌 철학자 칸트에 주목함으로써 전기적 난관을 뚫고 나가는 책이다. 일상 속의 칸트는 한 권의 전기를 채우기에는 두께가 너무 얇지만, 사유의 세계를 구축한 철학 속의 칸트는 한 권의 책으로 담기에는 너무 두껍다. 지은이 만프레트 가이어는 칸트의 두뇌 안에서 벌어진 ‘사유의 사건’들을 추적해 생생하고 역동적인 ‘정신의 삶’을 풍요롭게 그려낸다.
이를테면, 이 평전은 칸트의 탄생을 다루기보다는 인간의 탄생의 철학적 의미를 더 많이 다룬다. 칸트에게 ‘아이의 첫 울음소리’는 “인간의 고뇌에 찬 자유의 충동”이었다. 칸트의 철학적 주제는 처음부터 ‘자유’였다. “인간으로서 세상에 나왔다면 그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유의 처지에 놓이게 된다.” 그에게 진정한 사건이 있었다면,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 아이작 뉴턴의 저작을 읽었을 때, 그리고 형이상학을 공격하는 회의주의자 데이비드 흄의 저작을 읽었을 때 받은 지적 충격이었다.
이 두 사건은 그를 공허하고 독단적인 형이상학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러나 그는 자연세계의 객관적 질서를 뛰어넘는 초월적인 숭고의 세계, 이성의 정언명령에 따른 도덕률의 세계를 끝까지 간직했다. 이를테면 그가 〈실천이성비판〉 마지막에 썼던 경구, “내 머리 위에 별이 총총히 빛나는 하늘과 내 마음속의 도덕법칙”은 그가 평생 간직했던 ‘형이상학적 세계’였다.
이 책은 칸트를 ‘자유의 사상가’로서 특별히 주목한다. 그의 ‘자유 정신’은 모든 종교적·정치적·철학적 권위를 의심의 대상으로 놓는 ‘비판적 사유’로 나타났는데, 그 결정적 저작이 1781년 출간한 〈순수이성비판〉이었다. 그는 이 책의 머리말에서 “우리 시대는 참된 비판의 시대요 모든 것은 이런 비판에 부쳐져야 한다”라고 선언했다. 이 선언을 강령으로 삼아 그는 1789년 터진 프랑스혁명의 열광적인 한 관찰자가 됐으며, 인간의 미성숙에 대항하는 혁명으로 이 사건을 규정한다. 그에게 혁명은 ‘계몽’의 거대한 발걸음이었다.
<< ‘칸트의 머릿속’ 따라잡기 >> [경향신문 / 편집부]
‘철학사는 그 이전과 그 이후로 나뉜다.’ 널리 알려진 이 문구에서 ‘그’는 칸트(1724~1804)다. 1804년 2월12일 ‘포도주와 물을 섞어 달게 만든 음료’ 한잔을 마시고 “좋았어(Es ist gut)”라는 말을 남기고 숨진 지 200년. ‘위대한 철학자 칸트 사망 200주년 기념대작’이란 카피를 달고 ‘철학사의 이전과 이후를 가른’ 칸트의 평전이 국내에 나왔다.
저자는 이 평전에서 부제이기도 한 ‘한 꼬마가 세계적 현자가 되기까지’의 사유의 궤적을 좇아간다. 어머니로부터 세례받은 경건주의, 뉴턴 사상과의 만남, 합리론과 경험론의 절충이자 종합인 ‘순수이성비판’, 인과율이 지배하는 과학 세계에서 정언명령을 따르는 ‘의무’의 도덕법칙을 살려낸 ‘실천이성비판’ 등 칸트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그 사유 및 저술의 흐름과 배경을 개인사와 연계해 풀어가고 있다.
평생 고향 쾨니히스베르크 주변을 떠난 적이 없는 데다 루소의 ‘에밀’을 읽다, 또 프랑스 혁명을 알리는 신문 기사를 읽다가 일생에 단 2번 일과를 어긴 칸트의 외형적 삶은 철학의 깊이와 난해함에 비하면 시시할 정도였다. 때문에 ‘전기’보다는 칸트철학의 ‘평론’에 치중돼 있다.
칸트철학의 개론서·입문서의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역자도 ‘후기’에서 밝혔듯이 칸트 특유의 난해하고 복잡한 논증과 ‘평’을 따라가는 게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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