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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도서] 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 - 이재호의 경주 문화 길잡이 33 [절판] |
|   미국같이 역사가 짧은 나라는 백 년, 이백 년을 대단하게 여기지만 우리에게 백 년, 이백 년은 별 감흥이 없다.
적어도 천 년은 되어야 역사라고 생각한다.
신라는 천 년의 역사를 이어왔고 망한 지 천 년이 지났다.
전세계적으로 한 왕조가 천 년을 지탱한 나라는 신라와 로마뿐이다.
내 어릴 적 경주는 동경의 세계였고 아득한 신비의 세계였다.
백제, 부여, 고란사, 낙화암, 정림사지 석탑, 부소산의 이름만 들어도 눈물이 앞을 가렸고 경주, 신라, 불국사, 첨성대, 무영탑, 아사달 아사녀의 이름에 가슴이 요동쳤다. |
 이재호
기행전문가.
역사의 숨결이 스며 있는 경주가 너무 좋아 10여년 전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민예총 창립 발기인이며,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초대 총무로 1987년부터 대표인 유홍준 교수와 함께 전국의 문화유산을 기행해왔다.
1993년부터는 바른역사찾기 시민모임 대표로 울산 시민과 교사들에게 전국 기행, 향토사 기행, 경주 기행, 보름달밤 기행, 역사, 문화 강좌 등을 무료로 해주면서 우리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데 노력해왔다.
또한 대곡댐 반대, 울산 병영성 살리기, 울산 옥현유적지 보존, 가지산 살리기, 석굴암 모형 반대운동 등을 해왔다. |
 - 책을 내면서
[1] 아름다운 왕릉을 찾아서
1. 매혹적인 선덕여왕, 진덕여왕
2. 절정의 아름다움, 흥덕왕릉
3. 헌강왕릉에 달빛은 부서지고
4. 괘릉과 영지, 임의 그림자는 물결에 아른거리고
5. 비산비야에 묻힌 민애왕과 희강왕, 그리고 두대리 마애불
6. 석양에 붉게 물든 진평왕릉
[2] 쓸쓸한 절터에 달빛은 일렁이고
1. 슬픈 아름다움의 천관사지
2. 신라를 지킨 사천왕사지
3. 나를 유혹한 보문 벌판의 절터들
4. 신라의 이상, 불국사
5. 석굴암은 말이 없는데
6. 내 사랑하는 장항리 절터
7. 완벽해서 아름다운 감은사지
[3] 서라벌의 중심에
1. 자랑스러운 경주박물관
2. 희로애락애오욕, 고분관의 이모저모
3. 침묵의 대화, 새로 지은 신관
4. 안압지에 물결은 일러잉는데
5. 신라 천 년의 중심, 속살을 드러낸 반월성에 올라
6. 죽은 자의 침묵 속에 황금은 빛나고
7. 석양에 슬픔을 머금고 눈물을 감추고
[4] 경주 남산의 핵심
1. 다양화의 백미, 탑곡 부처바위
2. 불곡 감실 부처와 비극의 포석정
3. 남산종주, 경애왕릉에서 용장사지 계곡으로
4. 아름다움이 머물러 있는 드라마틱한 용장사지
5. 지상의 극락, 천룡사지
[5] 한국 답사 일번지 천전리와 반구대
1. 울산, 그 아름다운 선사문화의 보고
2. 바위 그림 이야기, 한국 답사 일번지
3. 신음하는 반구대 암각화, 꿈틀대는 고래들
4. 여인의 숨결 석남사
[6] 해와 달이 다시 떠오르는 포항
1. 쓸쓸한 장기마을, 귀양길 나그네 되어
2. 칠포 암각화, 떠도는 선사인들의 영혼
3. 보배로운 양동마을, 나그네 되어 가는 길
4. 엄숙한 옥산서원, 외나무다리를 건너서
5. 독락당에 물은 흐르고
- 부록 / 경주, 울산, 포항의 음식들
- 후기 / 뒷동산 솔밭에 서서 |
 쓸쓸한 절터에 달빛은 일렁이고 (67 P)
사랑이란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 아무도 모른다. 중매나,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사람을 만나면 처음부터 감정이 먼저 싹튼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철저히 조건을 따진다.
반면 연애는 신분도 뛰어넘고, 국경도 초월하는 예측 불가의 마력을 지녔다. 천관녀는 기생, 제관, 주막집 처녀 등 여러 신분으로 등장한다. 김유신 집안보다 낮은 천한 집 처녀였던 모양이다.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 부인도 오늘날 부모들처럼 출세 지향적이었다.
이런 배경에는 자기 내면의 콤플렉스도 작용했을 것이다. 울산 천전리 각석에 사랑의 흔적을 남겼던 법흥왕의 동생 입종 갈문왕의 손녀이고, 진흥왕의 동생 숙글종의 딸인 김유신의 어머니 만명 부인은 왕족이었다.
만노군 태수로 있던 김유신의 아버지 김서현은 금관 가야국 구해왕의 손자였지만, 법흥왕 때 신라에 합병된 나라의 한낱 귀족에 불과했다. 서라벌 어느 길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을 꽃피웠던 두 사람이지만 왕족의 여인과는 신분의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당시는 왕족 혈통의 명예와 특권을 위하여 같은 왕족끼리 이외에는 결혼이 금지되었고, 엄격한 근친혼이 행해졌던 때이다. 이를 어긴 만명 부인은 창고에 갇히게 되었다. 하늘도 애절한 사랑을 알았는지 때마침 집에 벼락이 쳐서 창고가 무너진 틈을 이용하여 만명 부인은 집을 뛰쳐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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