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신화가 이집트, 인도, 중국, 티벳, 일본 등지에서 서로 다른 종교들로 전개되어가는 과정을 탐구, 분석한 거대한 지적 탐사. 캠벨이 평생 동안 세계의 신화를 연구한 결과를 집대성한 최고 걸작이다.
조지프 캠벨은 어린 시절부터 신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아메리칸 인디언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으며, 뉴욕 맨허튼에 있는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한 코너에 있는 토템 기둥에 특히 매료되었다. 그는 1925년과 1927년에 콜럼비아 대학교에서 중세 프랑스어와 산스크리트어를 공부하였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동안에는 존 스타인벡과 생물학자 에드 리켓츠와 교류하였다. 1934년에는 캔터베리 스쿨에서 가르쳤으며 사라 로렌스 대학교의 문학부에서 오랫동안 교편을 잡았다. 1940년대와 50년대에는 스와미 나킬라난다를 도와 우파니샤드와 『스리 라마크리슈나의복음』을 번역하였다. 『신화의 힘』, 『신화의 세계』,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신화와 함께 살기』, 『야생 수거위의 비행』, 『신화적 이미지』 등의 저서들을 통하여 왕성한 지적 연구 활동을 펼쳤던 석학 캠벨은 1987년에 죽었다.
[1]. 동양과 서양의 분리 1. 위대한 네 문명의 서명 2. 신의 도시 3. 인간의 도시
[2]. 인도의 신화 1. 고대 인도 2. 불교 인도 3. 인도의 황금 시대
[3]. 극동의 신화 1. 중국 신화 2. 일본 신화 3. 티벳: 붓다와 새로운 행복
- 주/ 역자 후기/ 색인
신의 도시
그 사람은 주요 무역로와 이집트의 금 공급을 장악한 한 지역의 총독이었다. 그는 테베와 멤피스에서 출발하여 여러 날이 걸리는 곳에서 거의 독립적인 지위를 누리면서도 이집트의 왕에게 조공을 바치는 태수의 위치에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하인, 종, 그리고 그의 잡다한 자식들로 이루어진 하렘이- 동양에서는 - 500명 이상 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그러므로 작은 무덤의 시신들에 관하여 언급한 내용은 큰 무덤의 시신들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러한 거대한 무덤들은 같은 날에 만들어진 가족 매장지들의 표본이 되며, 가족 매장지의 규모는 가장의 지위와 함께 비례하였다. 매장지는 주인과 시종, 여성, 어린이를 포함한 하나의 가족 집단을 상징하고 있고, 그들은 모두 같은 날, 같은 무덤에 함께 매장되었다. 어느 하나의 무덤에서만이 아니라 거대한 공동 묘지에 있는 모든 무덤에서 이러한 일이 일어낫다. 이집트 지역에서만 이러한 것이 거의 400여개나 되고, 이러한 관행이 수백 년간에 걸쳐 행해졌음에 틀림없다고 결론짓는다면, 이때 어떠한 인간 경험의 조건 하에서 그러한 관습이 존속할 수 있었는가 하는 물음이 생긴다. 이를 전쟁으로 설명하는 것은 터무니 없는 짓이다. 범죄자에 대한 처형이나 정치적 보복에 의하여 수많은 가족을 계속하여 제거시켰다고 보는 해석도 진지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수많은 세대에 걸쳐 수많은 가족을 동시적으로 무덤에 보낼 정도로 그렇게 사악하고 편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세균의 존재는 아직 현대 과학에 알려진 적이 없다. 현대의 지식을 총동원하여 볼 때, 가족이나 그 일부의 구성원을 주인과 함께 저세상으로 보내는 하나의 관습만이 알려져 있다. 그것은 광범위하게 행하여져 왔지만 사티혹은 수티라고 불리는 흰두적 형태로 가장 잘 드러난다. 이러한 힌두 관습에서는 죽은 자의 아내가 남편을 화장하는 장작불 위에 자신의 몸을 던진다. 이와 같은 관습은 케르마의 무덤에 기록되어 있는 사실들을 완벽하게 설명한다. 수 년간 심사숙고하여 보았지만, 이러한 사실들을 부분적으로나마 설명할 수 있는 어떤 다른 관습- 알려지거나 가능한- 도 나는 생각할 수 없다.
<< 동양신화 그 뿌리와 변형 >> [조선일보 / 이선민기자]
이라크와 시리아에 있는 기원전 4500년 무렵의 사원(寺院) 유적들에서는 임신했거나 어린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는 여러 개의 여성상이 발견됐다. 또 함께 출토된 토기 표면에는 지모신(地母神)을 수태시키는 존재로 알려진 황소 머리가 그려져 있었다. 출산과 양육 등 생산력에 대한 고대인들의 경이감이 반영된 이들 상징은 이후 수천년간 전세계 곳곳의 신화에서 되풀이 나타났다. 또 기원전 3500년경 수메르 유적에서 나온 원통형 석인(石印)에는 두 마리의 양이 흙더미를 가운데 두고 마주보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여신을 상징하는 이 흙더미는 고대 그리스 아폴로신전의 옴팔로스나 초기 불교 사리탑의 원형이었다. 미국 종교학자 캠벨은 이처럼 고대 중동에서 발생한 신화가 동양과 서양으로 갈려나가 각각 독자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본다. 그에 따르면 동양과 서양 신화의 가장 큰 차이는 전자가 신과 인간을 일치시키는 데 비해 후자는 신과 인간을 분리시킨 점에 있다. 캠벨은 주저 '신의 가면'(전4권ː1959∼1968)에서 세계신화의 총정리에 도전했다. 그는 먼저 1권 '원시신화'에서 신화의 뿌리를 파헤친 뒤 세계의 신화를 유럽, 레반트(지중해 동부연안), 인도, 극동의 4개 지역으로 나누어 2권('동양신화')과 3권('서양신화')에서 이를 분석하고 이어 제4권('창조신화')에서는 근대 이후의 신화를 다루었다. '동양신화'는 중동에서 발생한 신화들이 이집트, 인도, 중국, 일본 등지로 어떻게 전파되어 나가는가를 밝힌 책이다. 이집트는 인간이 신에 종속되는 '신의 도시'였고 파라오는 신의 대역을 수행하는 데 지나지 않았다. 인도는 내면으로 들어가 자기 통제를 강조하는 독특한 신화 체계를 발전시켰으며 중국에 와서는 천지의 도(道)와 자연스럽게 일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게 된다. 눈을 감고 앉아 있는 붓다와 눈을 뜨고 소요하는 현자(賢者)는 인도와 중국을 대표하는 인간상이다. 일본에 이르러서는 '무사도'에서 보는 것처럼 세속적 성격이 극단적으로 표출됐다. 캠벨이 거듭 강조하는 것은 일견 달라보이는 이들 문명권의 신화 구조 속에서 '경이감'과 '자기 구원'이라는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집단무의식'과 '원형'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칼 융의 심리학 이론을 신화분석에 적용한 것이다. 134권도 번역 중에 있어 독자들은 곧 이 야심적이고 논란의 대상이었던 저술의 전모를 읽을 수 있게 된다.
<< 신과 인간의 동화가 쏟아진다 >> [한국일보 / 김범수기자]
캠벨은 신화들이 구조적 통일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문화에 따라 어떻게 다른 양식으로 표현되는지를 이 책에서 살피고 있다. 중동(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인도, 극동(중국,일본)의 신화 캠벨은 그 신화의 모습을 크게 4가지로 나눴다. 유럽은 인간 이성과 책임지는 개인, 레반트(지중해 동쪽) 지역에서는 자연적 계시와 신이 지배하는 하나의 참된 공동체, 인도에서는 위대한 내재적 텅 빔 상태에서의 요가적 통제, 중국은 천지의 도(道)와 자발적인 일치 이러한 전통은 각각 프로메테우스, 욥, 눈을 감고 앉은 붓다, 눈을 뜨고 소요하는 현자가 상징한다.
그는 중동의 중심부에서 동서양 신화의 공통 분모가 발전하고 그에 따라 자기구원의 방식이 달라지는데 주목했다. 서양에서는 인간과 신의 분리를 강조한다. 죄받은 인간은 신에 복종함으로써 구원을 얻는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만물 안에 신성(神性)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에게 고통을 주는 욕망, 그 무명(無明)을 벗어나기만 하면 된다. 그 깨달음의 형식을 인도의 불교, 중국의 고대사상, 일본의 영웅과 차(茶), 티벳의 붓다를 통해 인상깊고도 해박하게 살피고 있다.
세계 각지의 신화 책들을 살펴 보자. 세계의 영웅신화를 분석한 캠벨의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은 십수년 전 이윤기씨가 우리말로 옮겼다가 최근 번역을 고쳐 민음사에서 새로 냈다. 다양한 신화의 모습을 한데 보여주는 '신화의 세계', 그의 신회연구작업과 신념을 낱낱이 들려주는 인터뷰 '신화의 힘'도 출간되어 있다. 범우사가 대영박물관 출판부 책을 번역해서 내고 있는 '신화 시리즈'에서도 부담없이 몇몇 신화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이집트 신화'와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나와 있고, '아즈텍과 마야신화' 등 몇 권이 더 나온다. 현대지성사는 바이킹들의 정신을 지배했던 '북유럽 신화'를 최근 번역해 냈다.
<< 도, 중국, 티벳의 신화 지적 탐구 >> [경향신문 / 최정훈기자]
캠벨(1904∼1987)은 세계적인 비교신화 학자. 이 책은 고전의 반열에 오른 명저 [신의 가면](전4권)중 2권째인 동양신화편을 다룬 역작이다. 그가 생전에 자연정복과 배타성에 기반을 둔 기독교보다는 자연과 공생하던 동양신화에서 인류의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던 그대로 인도·중국·티벳 등 동양의 신화에 대한 지적탐구를 보여주고 있다. 캠벨에 따르면 인류는 지역에 관계없이 동일한 신화적 모티브를 공유하지만 신화는 지역마다 독특한 양식으로 구현된다.
인도에서는 내적인 '덩빔(空)' 속에서의 요가적 통제로, 중국 등 극동에서는 자연과의 자발적인 일치로 나타난다. 이는 이성과 개인적 책임을 내세운 유럽의 신화, 초자연적계시와 신이 지배하는 공동체를 강조하는 기독교적 신화와는 구별된다. 그는 '서양에서는 신이 경전 또는 정신 속에만 나타나는 가면'이라며 '<위대한 동양>에서 신은 인간의 삶과 존재의 뿌리를 이룬다'고 말한다.
『신의 가면』은 『신화의 힘』, 『신화의 세계』 등으로 유명한 조지프 캠벨의 걸작 가운데 하나이다. 캠벨은 이 대작을 마무리 지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중요한 성과는 내가 오랫동안 충실하게 지켜온 생각을 확인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생물학적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그 영적인 역사에서도 통일성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다. 그 통일성은 하나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것처럼 세계 곳곳에서 펼쳐져왔고 지금도 펼쳐지고 있다. 주제들이 나타나고 전개되고 확대되었다. 또 방향을 돌리고, 비틀었다가, 다시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오늘날에는 모든 악기들이 함께 소리를 내며 거역할 수 없는 물결을 이루어 장대한 포르티시모로 힘찬 절정을 향해서 나아가고 있다. 이 절정으로부터 그 다음의 위대한 악장이 나타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