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탕달이 고향을 떠나 많은 인생의 영욕을 겪고 난 후 만년에 쓴 작품이다. 야심 많고 대담하고 도덕감이 결여된 주인공 파브리스 델 동고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정열과 욕망을 펼치는 이야기로 이탈리아를 동경해 온 것으로 유명한 스탕달이 16세기 이탈리아의 기록에서 얻은 소재에 나폴레옹의 서사시를 가미하여 만들어낸 대작이다.
스탕달
19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 본명은 마리 양리 벨. 귀족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1800년 나폴레옹 군대를 따라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에 갔으며 러시아, 프러시아 등을 다니며 외교관으로서 출세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1814년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로는 7년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머물면서 음악, 그림, 연극을 즐겼다. 이때부터 사용한 스탕달이라는 필명은 당시 유명한 예술 비평가인 빙켈만이 태어난 프로이센의 도시 슈텐달에서 따온 이름이다. 파리와 돌아와서는 자신의 실연 경험을 토대로 쓴 <연애론>과, 당시 새로운 문학 사조인 낭만주의를 옹호하는 <하신과 셰익스피어> 등을 썼다. 1830년 7월 혁명이 일어나자 새 정부의 의해 트리에스테 영사로 임명됐고 이때 소설 <적과 혹>을 발표했다.
대주교관을 나서자마자 파브리스는 마리에타의 집으로 달려갔다. 멀리서 질레티의 괄괄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 사내는 술을 받아다놓고 자기 친구들과 어울려 한바탕 먹고 마시는 중이었다. 무대 뒤에는 대사를 불러주는 사람과 조명용 양초의 심지를 자르는 이들이 그의 친구였다. 파브리스의 신호에 양어미 행세를 하는 할망구가 혼자 문을 열었다.
<나라가 없는 사이에 새로운 일이 있었지요> 할멈이 큰소리로 말했다. <우리 배우 두세 명이 위대한 나폴레옹 축제날에 술을 마시며 떠들며 축하를 했다고 고발을 당했지 뭐요. 그리고 우리 불쌍한 극단은 급진파라는 누명을 쓰고 파르마 공국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우. 정말이지 나폴레옹 만세다! 그래도 사람들이 그러던데, 수상이 마지못해 여비는 주었다는구랴. 확실한 건 질레티가 그 돈을 가졌다는 건데,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구. 하지만 그가 은하를 한 웅큼이나 가지고 있는 걸 본 적이 있지. 마리에타는 만토바와 베네치아까지 갈 여비로 단장한테서 은하 다섯 닢은 받았고, 나도 한 닢 받았수. 그 아이는 나리를 마냥 좋아하지만 질레티가 그 아이에게 겁을 주고 있다우. 사흘 전 우리가 마지막으로 공연했을 때 그는 기어이 우리 애를 죽이겠다고 법석을 부렸거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