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르던 애견이 죽자 당황한 나머지 대학 친구 쿠루메의 집으로 도피한 우오즈미와, 쿠루메의 이웃집에 사는 인도인 살림, 대학 동창인 마리, 우오즈미의 연구실 조교수 하마다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속속 등장하여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둔한 놈들!" 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우오즈미와 쿠루메지만, 읽다 보면 두 사람에게는 둔해빠진 서로가 가장 좋을지도....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소설.
에다 유우리
잡지[소설 JUNE] 에서 우오즈미 시리즈로 데뷔. 깊이 있는 내용과 참신한 문장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다. 현재까지 우오즈미 시리즈 4권 외에 『솔리드 러브』『Blue Rose』『하드보일드를 건드리지 마』『영원한 어제』 등 9권의 단행본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 중.
1. 여름의 소금
2. 이 풍요로운 일본에서
3. 래핑 피쉬
4. 제어되지 않는 전류
5. 둔한 놈들
여름의 소금
문을 연 순간, 붉은 펌프스가 시야에 뛰어들어왔다.
쿠루메는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불을 켠다. 둘러볼 것까지도 없는 좁은 방 안에서 우오즈미가 여자와 딱 달라붙어서 자고 있었다.
탈진감이 쿠루메를 덮친다.
- 남이 일을 하고 돌아와 보니....
내던지듯이 구두를 벗고, 성큼성큼 이불로 다가갔다.
"어이."
하고 자기음역최저한의 목소리를 낸다.
우오즈미가 눈부신 듯이 눈을 떴다.
"아, 다녀왔어?"
아버지를 발견한 아이같은 얼굴을 해서, 쿠루메는 이어져야 할 매동의 말을 잃고, 무심코
"....아직 8시라구."
라고 말해 버렸다.
하지만 이불 속의 또 한 사람을 확인하자, 이번에야말로 큰 소리를 냈다.
"어이! 이거, 마리잖아!"
그 목소리가 마리가 흠칫 눈을 뜬다.
"아아, 깜짝 놀랐어.... 쿠루메, 다녀왔어? 오랜만이야."
이불 속에 나란히 있는, 잠이 덜 깬 얼굴을 앞에 두고, 쿠루메는 영업가방을 껴안은 채 우뚝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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