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의 미덕" 그것은 결코 가벼운 지혜가 아니다 경제력에 따라 서열을 매기는 삶의 방식을 거부한다!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에 찬사를 보내고, 그들이 지닌 미덕을 찬양함은 마땅하고도 필요한 일이다.
우리는 평범한 일들은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평범한 일들은 지속성을 지닌다. 영속적인 삶의 기반이 되는 그런 일들을 할 수 없다면, 우리의 삶은 중단되고 말 것이다. 그런 일들은 우리의 하루하루, 때맞추어 맞이하는 계절들과 조화를 이룬다. 이것부터가 결코 작은 일, 하찮은 일일 수가 없다. 그런 일들은 우리를 변하게 하고, 또 스스로 변해 가는 이 세상 속에서의 우리의 위치가 어디인지를 알게 해준다.
피에르 쌍소
프랑스 폴발레리대학에서 철학 및 인류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저서로는 <민감한 프랑스>, <공원>, <도시의 서정> 등이 있다. 삶에 대한 진솔한 지혜와 철학적 성찰을 담은 그의 에세이들은 계층에 관계없이 많은 프랑스인들로부터 두터운 사랑을 받고 있다.
1. 적은 것으로 사는 사람들, 그리고 평범한 삶
2. 소박한 자들의 의학: 치유자
3. 살림살이의 행복
4. 아마추어 수리공
5. 부부 싸움
6. 서민 동네의 열기
7. 환희에 찬 위장
8. 술 취함에 대하여
9. 잎이 피어나는 도시
10. 길거리 축구
11. 캠핑의 세계
12. 7월 14일의 무도회
13. 투르 드 프랑스의 황금 전설
14. 이 사람들의 문화
15. 후기: 접의자
적은 것으로 사는 사람들, 그리고 평범한 삶
적은 것으로 사는 사람들, 나는 이 표현을 좋아한다. 그 표현은 왠지 품위를 느끼게 한다. 바다를 터전으로 사는 사람, 산에서 사는 사람, 흙을 일구고 사는 사람, 점잖게 사는 사람, 유쾌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듯이 적은 것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하나의 종족을이룬다. 불을 다루는 재능, 도자기를 굽는 재능, 철을 벼리는 재능, 계산에 빠른 재능을 지닌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이들은 적은 것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재능을 소유한 사람들이다. '빈곤'은 애정어린 관심과 자발적인 도움을 주게 만든다. 그리고 '민중'이란 단어는 노도처럼 밀려드는 힘, 소란함, 고막을 찢는 듯한 대양의 울부짖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이다. 그런데 빈곤과 민중이 합쳐진 '빈민'은 어찌된 일인지 가냘프고 연약하여 부서지기 쉬운 느낌을 준다....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적은 것'이란, 빈곤이나 옹색함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하찮고, 보잘 것 없 고, 지극히 평범한 것을 당당히 보여 줄 수 있는 어떤 장을 전제로 한다. '많은 것'을 지니고도 멋진 태도를 보여 주지 못하고, 애매하고 상스럽고 우스꽝스럽게 비치기보다는 '적은 것'을 가지고도 위대하게 비쳐지는게 훨씬 나을 성싶다. 하건만 어쩐 일인지 우리는 후자를 찬양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고의적으로든, 어쩔 수 없이 대세를 따르든간에 우리 사회가 경제력에 따라 서열을 매기는 삶의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 이 세상에 여러 수준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차이를 인정한다는 뜻이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속한 수준 안에서 다소 높은 위치에 자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는 우리가 종교적. 사회적. 문화적. 도덕적. 경제적인 요소와 함께 용맹성, 섬세한 마음, 영민한 머리, 관용성 등과 같은 자질이라는 잣대를 지니고 있음을 암시한다. 그리고 이런 잣대는 경제력에 따른 계층 구분을 초월한다. 그래서 어떤 계층에서든 왕족처럼 품위 있는 사람이나 사령관처럼 지도력이 있는 사람, 혹은 종처럼 비굴한 사람, 약삭빠른 밀고자, 거칠고 조악한 인물들이 발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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