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서 다루는 가장 중요한 문제들을 스무 개 남짓으로 추려내 간결하면서도 면확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소개하고 있다. 철학적 문제의 핵심을 지루하지 않게 끄집어내는 절묘함이 특히 큰 장점이다. 재미있는 대화나 지문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다른 철학책에서는 쉽게 보기 힘들다. 생각하기 좋아하는 중고교생들 뿐만이 아니라 토론 중심의 대학교재로서 모자람이 없을만큼 수준과 재미를 겸비하였다.
지은이 ㅣ 스티븐 로 우편집배원 등 여러 직업을 경험한 뒤, 스물네살 때부터 정식으로 철학을 공부해 옥스퍼드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런던대학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중적 철학잡지 <싱크>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철학의 대중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제 1 장 의식의 수수께끼 제 2 장 왜 내일도 태양이 떠오르리라고 기대할까? 제 3 장 우리는 과연 처벌받아야 하나? 제 4 장 의미의 신비 제 5 장 조디를 살리기 위해 메리를 죽여야 하나? 제 6 장 이상한 수의 영역 제 7 장 지식이란 무엇일까? 제 8 장 도덕은 안경과 같을까? 제 9 장 고기를 꼭 먹어야 할까? 제 10 장 두뇌이식, 원격이동, 그리고 개인의 동일성 제 11 장 기적과 초장연적 현상 제 12 장 일상생활에서 범하는 여덟 가지 오류 제 13 장 일곱 가지 역설
그런데 내재적으로 의미하거나 표현하는 것이 없다면, 낱말과 기호는 어떻게 무언가를 표현할 수 있을까요? 무엇이 낱말과 기호에게 의미를 부여할까요? 물론 그 대답은 바로 우리가 그 의미를 부여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어떻게죠?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주장은 다음과 같아요. 앵무새 한 마리가 "나는 행복하다"라는 표현을 흉내내기 시작했다고 해보죠. 물론, 앵무새의 이 말은 그 어떤 것도 의미하지 않아요. 앵무새는 그 말이 의미를 갖고 있다는 점조차 의식하지 못할 거예요. 반면에 내가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할 때, 나는 그저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만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의미하고 있어요. 따라서 비록 앵무새와 내가 동일한 말을 한다고 해도, 둘 줄 하나만이 그 말을 통해 무엇인가를 의미합니다. 왜 그럴까요? -p. 85-
<< 재미와 깊이 갖춘 역사·철학 입문서 >> [한국일보 / 오미환 기자]
철학이나 역사를 다루는 책으로 중고생이 읽을 만한 책은 별로 없다. 영국 철학자 스티븐 로의 ‘철학학교’, 미국 소설가 겸 교육자 수잔 와이즈 바우어의 ‘세계 역사 이야기’는 재미와 깊이를 모두 갖춘 입문서라는 점에서 청소년들에게 적극 권할 수 있는 책이다.
스티븐 로의 ‘철학학교’ 제 2권은 지난 달 나온 1권에서와 마찬가지로 철학적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위한 책이다. 원서가 너무 두꺼워서 두 권으로 나눠 냈다.
제 2권은 저마다 독립된 주제를 다루는 13편의 글을 통해 철학적 문제를 짚는다. 연쇄살인범의 재판정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통해 인간의 자유의지론과 결정론을 검토하고, 하나를 살리려면 다른 하나를 죽일 수 밖에 없는 샴 쌍둥이 분리수술의 고민을 다루는 식이다.
철학이 결코 뜬 구름 잡는 논의가 아니며, 우리 생활과 직결된 것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바우어의 ‘세계 역사 이야기’ 제 3권 근대편이 나왔다. 앞서 나온 고대편 중세편처럼 근대편도 60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듯 입말 그대로 쓰면서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 속의 어느 시점으로 읽는 이를 곧장 끌어들인 다음 그 시간을 직접 살았다면 어떠했을지 실감나게 묘사함으로써, 피부에 와 닿게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복잡한 사건이나 인물, 연대를 늘어놓지 않고도 쉽고 재미있게 이야기 보따리를 풀고 있다. 매우 수준 높은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으면서도 자상하고 생생하다. 자신의 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직접 가르쳤던 지은이의 경험이 이 책에 잘 녹아있다.
<< 일상을 벗어나 생각하는 즐거움을 얻자 >> [조선일보 / 이한우 기자]
철학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질문은 어쩌면 우주나 인생의 본질보다는 일반인들이 물어오는 ‘철학이 뭐예요?’인지 모른다. 그에 대해 20세기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는 “철학으로 들어가는 지름길은 철학사를 읽는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철학사를 다 읽었다고 하자. 그건 여전히 철학사이지 철학이 아니다.
스티븐 로는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이 책을 쓴 것 같다. 철학하는 즐거움, 그것은 다름 아닌 생각하는 즐거움이다. 이런 점에서 익스트림 스포츠에 빗대어 “철학은 익스트림 생각하기, 즉 사고를 극단으로 몰아가기”라는 저자의 정의는 흥미로우면서도 적확하다.
사실 서점에는 이미 논술 등에 대비해 이런저런 철학 안내서들이 많다. 문제는 이미 정해진 해답을 그저 쉽게만 풀어놓았다는 데 있다. 스티븐 로는 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런 뻔한 답을 깨트리는 것이 목적인 듯 보인다.
동성애는 무엇이 잘못인가? 기계는 생각할 수 있을까? 왜 내일도 태양이 떠오르리라고 기대할까? 지식이란 무엇일까? 고기를 꼭 먹어야 할까? 이런 게 철학적인 물음이라니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게 철학이다. 다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모여 철학이 되는 게 아니라 앞뒤 가리지 않고 자신의 생각의 고리를 끝까지 이어나가는 과정 자체가 철학이다. 동성애가 나쁘다는 주장으로 책 한 권이 가능하고 동성애가 좋은 것이라며 논문 한 권을 쓸 수도 있다. 그 책도 철학이고 그 논문도 철학이다.
문제는 그동안 부모님이나 주변 친지들로부터 주워들은 것, 책이나 학교에서 배운 것 등에 대해 의심을 품을 수 있는 용기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TV나 신문·잡지 등에서 읽은 것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할 용의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의심하지 않고 거부하지 않고서는 철학의 영토에 한 걸음도 내디딜 수 없다는 게 스티븐 로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다.
그는 우리를 유혹하고 있다. 그 유혹은 일상생활을 벗어나야 한다는 점에서 고통이 수반될 수 있지만 자신을 발견하게 해준다는 점에서는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그래서 유혹인 것이다.
